홍철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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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기 일지 http://www.hongchulki.com/; hongchulki at gmail dot com
by sonicluv


090211 일지

뭔가 하나를 정리할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뭔고하니 RELAY다. 아마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류한길을 주축으로 나와 최준용, 진상태, 박승준, 그리고 조 포스터가 4년간 꾸려오던 RELAY가 그 최후를 맞았다. 상황이 더 이상 지속할만하지 않다는 판단이 이미 여러 달 전에 내려졌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근데 내가 왜 상황정리에 관한 글을 쓰냐고? (사실 이 글은 정말 상황정리가 목적은 아니다.) 최근 몇 가지 일을 연속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우선 릴레이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컴필레이션 음반의 발매를 준비하면서 그 안에 라이너 노트를 쓰겠다고 자진해서 나섰기 때문이고. 여러 사정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글은 내가 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들 바쁠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핑계삼아. 결국 라이너 노트를 썼고,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내가 릴레이가 거쳐온 과정을 정리한 셈이 되었다. 어쨌든 2007-2008년에 릴레이에서의 공연 녹음 중에서 골라서 다음 주 정도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뭔가 비슷한 기획이 릴레이의 초기단계에도 있었지만 결국 첫 번째 기획이 정말 마지막이 되었다. 그리고 운좋게도 balloon and needle의 신보 두 개와 함께 외국의 모 잡지에 어드밴스로 리뷰가 실리게 되었다. 기분 좋은 일이지 않은가? 실제로는 음반 판매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런데 이 리뷰가 파이를 나눠먹자는 사람 하나를 끌어들였다. 실제로는 파이도 아니구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업 예술가를 경멸한다(그러고보니 나의 절친한 친구들인 곡사, 류한길 등은 어쨌든 전업예술가다). 물론 사적인 감정이고 절대로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멸한다. 특히 내가 하는 음악이 협연, 협업을 중시하다보니 더욱더 경멸하게 된다. 내가 경멸하는 부류란 외국에서 아티스트 초청해놓고는 포스터 한장 만들 생각안하고, 좀 더 제대로 된 공연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하면 그 유명한 사람하고 같이 연주해서 자기 이름을 드높일까 골몰만 하는 부류들이다. 내가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중에 '사기꾼'이라느니, '욕심' 많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 초청된 아티스트의 명성이 여기서는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하드코어 팬 몇몇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 않나(심지어 나도 앞에 예를 든 경우에서 그 아티스트가 누군지 잘 몰랐다). 문제는 그것이 어쨌든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리고 협연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고 그것을 잘 살려볼 머리를 굴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지속하려는 노력에 얼마나 동의하느냐도 중요하다. 솔직히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는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이런 사람들은 내가 음악에 대한 어떤 순수주의적 관점을 고수해서 일이 이렇게 된다고 착각하는데, 제발 일을 일 같이 하란 말이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구만...). 나에게는 언제나 그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우선이지 않다면 (다른 해야할 일도 많은데 그걸 미뤄가면서) 이 짓거리를 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쨌든 '배척'해왔고, 그들에게 욕을 들어먹는다. 심지어 그 중 하나(이번에 파이를 나눠먹자고 갑자기 친절한 편지를 보낸 이)는 나를 용서하고 싶댄다. 아마도 내가 그들에게 용서를 받아야할 어떤 실수를 정말로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것이 정말 최악이다. 예술을 할 시간이 많다면, 혹은 남아돈다면 제발 자신의 작품에 신경을 쓰고,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 조건을 고민해야지, 자신의 명성에 대해서는 좀 덜 신경들 썼으면 좋겠다. 심지어 자신의 명성을 남이 가로챌 것이라는 걱정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있다면 제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업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은 별로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이 없다. 내 경험상. 여하튼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각설하고. 릴레이와 같은 일은 힘들뿐이지 어렵지는 않다. 뭐 명성도 좋다. 그런데 고작 기사 한편이지 않은가. 제발 남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먹었네, 어쨌네 하는 생각을 하기 전에 좀 힘들지만 어렵지는 않은 일들을 각자 벌렸으면 한다. 류한길이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사회생활 경험을 좀 해보라는 조언을 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렇게해서 릴레이는 끝이 났다. 아마도 3월 중에는 릴레이의 정말 마지막을 고할 공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파이를 나눠먹자는 분들에게는 얼굴에 파이를 하나씩 던져주고 싶다. 그냥 너나 가지세요. 릴레이 마지막 공연은 그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과격한 파이 나눠주기 행사라도...

이 와중에도 듣는 음악은
Sven-Åke Johansson, Axel Döner & Andrea Neumann - Barcelona Series (Hathut)
Morton Feldman - The Viola in My Life (ECM)
Lionel Marchetti - Sirrus (Groundfault)

덧글

  • sonicluv 2009/02/11 21:08 # 답글

    오늘 들은 얘기는 파이도 없는데 파이 나눠먹자고 하는 걸 crumble 부숴먹는거라고 한단다. 말된다.
  • 박다함 2009/02/13 14:42 # 삭제 답글

    오타 있어요 전작 -> 전적, 그리고보니, 네버라잇 관련에도 오타가 있으시던데 ㄷㄷ
  • sonicluv 2009/02/14 01:41 #

    블로그는 그렇다치고 네버라잇 관련에 있다는 오타는 어찌되었느냐?
  • wldydals 2009/07/19 21:01 # 삭제 답글

    파이가 뭐에요?
  • sonicluv 2009/07/27 22:42 #

    먹는겁니다. 3.14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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