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요일에는 ex-is에서의 존 케이지 기념 공연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노이즈 뮤지션이자 실험애니메이션 작가 Manuel Knapp의 4'33"공연과 솔로, 알프레드 하트와 김계중씨의 듀오, 그리고 신성아씨 등의 Musicircus 퍼포먼스, 마지막으로 lobotomy, 박승준, 진상태, 홍철기, 최준용, 류한길의 Fontana Mix(혹은 일명 Fonchurgi Mix)연주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Manuel Knapp의 4'33"와 최고 출력의 사운드 스케입 노이즈 솔로의 대조가 압권이었다. 언제나 처럼 상영관의 엔지니어와의 소통부족으로 너무나 작은 볼륨으로 공연을 할 뻔하다가 중간에서 ex-is측 기술팀장님의 도움으로 만족할만한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이러한 행사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은 아티스트나 청자/관객 모두에게 반드시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획의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문제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자신의 믹서 컨트롤 연주도 결코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뮤직서커스가 과연 맘대로 퍼포먼스의 집합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있다. 나의 케이지에 대한 짧은 지식에 바탕하여 이해한 바로는 뮤직서커스란 즉흥연주의 집합이 아라 오히려 전혀 즉흥연주가 아닌 엄격한 의도들의 이질적 집합이다(서로 다른 의도들의 이질성). 즉 즉흥연주자들을 모아 놓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다른 사람의 연주나 퍼포먼스로부터 차단이 된채로 자신의 의도된 연주나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는 연주자들을 한군데 모아 놓는 것이 곧 뮤직서커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뮤직서커스라고 하더라도 즉흥연주와의 접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내가 케이지나 일요일의 퍼포먼스 어느 한쪽, 혹은 양쪽 모두에 대해 오해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즉흥연주와 접점을 찾기 시작하면 베일리(Derek Bailey)가 제기하는 idiomatic improvisation과 non-idiomatic improvisation의 관계를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를 결코 피해갈 수 없다. 왜냐하면 결국 큰 틀에서 케이지의 의도적 비의도성(intentional non-intentionality)와 비관습적 즉흥성(non-idiomatic improv)은 일단 개념적으로는 기존의 음악적 기억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음악적/비음악적 대항기억(counter-memory)의 구축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참여한 폰타나 믹스 연주는 조금 다른 고민이 필요했다. 한번 적었던 내용이지만 다시 반복하고 약간 보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노이즈 즉흥연주자의 의도를 서양 고전 음악 연주자의 의도와 동일한 음악적 의도로 봐야하는가? 동일한 의도로 보지 않는다면 그러한 음악적 의도를 봉쇄하기 의도된 악보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2) 노이즈 즉흥연주자의 이미 분리되고 변형된 인과관계의 악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외적으로 부여된 가치를 제거하고 나면 바이올린과 고장난 씨디플레이어는 동일한 악기인가, 아니면 다른 종류의 악기인가? 동일성이나 차이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봐야할까? 이 경우 마찬가지로 케이지의 악보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어쨌든 존 케이지에게는 아무래도 각자 연주자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음으로써 비의도성을 실현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폰타나 믹스의 악보에 따라 믹서를 연주함으로써 각 연주자는 여전히 자신의 악기를 각자의 불확정적인 악보에 의해 연주하면서도 자신의 소리가 출력되지 않거나 의도하지 않은 음량으로 출력되도록 하였다. 사실 즉흥연주자들에게 출력된 결과는 결코 건드리지 말아야하는 성역과도 같은 측면이 있다. 각자가 자신의 믹서를 이용하여 소리를 통제하기 때문에 제2의 통제자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악보를 핑계로 합법적으로 통제를 한 셈이다. 시계와 악보, 믹서의 노브를 동시에 보면서 하는 연주라 정신이 없었지만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모튼 펠드만이 경멸하는 "새처럼 자유로운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보다는 개념적 엄밀함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폰타나 믹스의 악보는 훨씬 더 여러가지로 응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케이지 자신의 지시사항에도 그런 점이 나타나 있기도 하고. 사진에 대해서는 정은주에게 감사. 그리고 목요일 8시에는 다원예술매개공간에서 Manuel Knapp과의 듀오연주와 다른 몇몇 연주가 Manual의 기획으로 준비되어 있다. 상당한 음량의 노이즈 즉흥연주를 할 생각이다. 또 다른 좋은 소식하나는 이행준씨와 같이 작업한 Cracked Share와 Metaphysics of Sound가 프랑스의 실험영화 배급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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