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25

현재의 정부에 대한 분노는 어찌보면 "자연스럽다"는 말이 어울리지만, 문제는 이러한 분노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가지 피상적인 특징, 현상만을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혹은 그네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전체)의 부정이 곧 이명박 정부일 것이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부정한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변증법의 묘미, 혹은 (변증법주의자들이 빠질 수 있는) 맹점이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사고 방식은 어쩌면 위험할지 모르겠다. 원래 세상(혹은 다른 이름으로 '자본주의')은 그런 것이라고 분노하지 않는 태도는 그것이 좌든, 우든 정치를 위해서는 위험한 것이지만 (정념의 정치적 역할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무기력하고 결과적으로 맹목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만을 정치적 방향타로 삼는 것도 맹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정치적 합리성이 가리키는 방향과 정념이 가리키는 방향의 오차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좌파 신자유주의와 우파 신자유주의는 마찬가지이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들이 결국에는 실패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양자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경험적이고 정서적인 반응 사이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어떤 인물에 대한 감정적인 고착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정치적 이성이 밝혀주는 길을 확인하고 양자 사이의 격렬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도 해야한다. 정치적인 것은 바로 그 사이에 어딘가에 불확정적이고 무정형적인 어떤 것으로 존재하고 있다.

by sonicluv | 2009/12/25 17:03 | 일지 | 트랙백 | 덧글(0)

091114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얼마전부터 아주 가끔씩 한의원을 간다. 나를 보자마자 의사는 "일만 벌리고 뒷수습을 못하시죠?"라고 말했다. 끄억. 초면에 바로 정곡을 찔렸다. 아감벤의 책이 두 권 연속으로 번역이 되어 나왔다. <예외상태>(김항 옮김)와 <목적없는 수단>(양창렬/김상운 옮김). <예외상태>는 데리다의 <법의 힘>과 함께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에 법치 레토릭의 과잉과 행정독재라는 현실의 불일치적 일치의 상황에서는 토론과 논쟁을 위한 필독서다. 논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치의 인종학살이라는 끔찍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보면 현재의 행정독재(독재정권이라는 과잉의 이미지도 좀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법치(rule of law)도 아니고 법대로도(rule by law) 아니고 바로 느슨하게 말하면 데리다가 말한 '법의 힘'의 행사이며, 아감벤이 말하는 "통치 패러다임으로서의 예외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헌법 이데올로그들은 바로 이러한 통치 패러다임의 엄격한 학문적 옹호자들이기도 했다. <목적없는 수단>은 아감벤의 비판적인 측면보다는 생산적인 측면에 관련하여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예외상태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시카고에서는 나의 새로운 솔로 mini-CD가 발매되어 몇장이 내 수중에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서 오픈했다. 아직은 영어정보만 있고 내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학진 프로젝트 연구보조원을 몇달전부터 맡게 되어 팔자에도 없던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에 관한 책들을 줄창 구입하고 읽으려고 하고 있다. 어제는 백남준에서 사운드/노이즈 이론에 관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참여자 부족 등의 여러 가지 사정에서 그냥 나 혼자 공부하고 내용을 정리하는데 일단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시 내가 뭔가 이야기할 때는 전공과 관련하여 이야기할 때가 그나마 성공적이고 예술과 관련된 내용은 역시 말을 하는 것보다는 닥치고 연주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엄밀한 노이즈/사운드의 철학자들의 텍스트를 직접 읽고 생각하는 기회는 어떻게든 늘려야만 할 것이다. 강연이든 워크샵이든 아니면 (저주스러운) 번역이든. 공간 해밀턴의 전시때문에 턴테이블이 출장을 나가있다보니 지난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필립 슐츠와 함께) 랩탑 노이즈 듀오를 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그 사이에 영화음악 등을 위해 녹음한 턴테이블 노이즈를 재활용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lloopp를 간단한 수준에서 활용한 컴퓨터 노이즈의 탐구이기도 하다. 턴테이블이 없다보니 이 기회에 즉흥연주자에게서 악기를 제거하면 어떤 연주가 가능할까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악기가 없을 때 오히려 더 창조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뭔가 즐거운 소식이.

by sonicluv | 2009/11/14 13:38 | 일지 | 트랙백 | 덧글(0)

091022

용산참사 농성자들에 대해 중형이 구형되었고 전교조 1차 시국선언 교사들을 검찰이 대부분 기소했다. 우리는 절대로 유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자명한 현실과 유신으로 시대를 되돌리고자 하는 의지에 충만한 정부 사이의 괴리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실 이 의지의 주체들 자신은 이러한 괴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예를 들어 '우리가 하고 싶어도 방송장악 못한다'는 식의 발언).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른다고, 이 의지가 조금씩 관철되는 상황(물론 이 의지의 관철은 실제 원하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국가와 사회를 망쳐놔버린다는 분명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리고 일단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국립대 법인화 반대,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반대, 복수 노조 허용 반대, 공무원 노조 불법화 반대.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여 좌측 통행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라!

by sonicluv | 2009/10/22 01:13 | 일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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